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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11 '여행의 기술' 처럼 써보기
  2. 2019.10.11 불안
  3. 2019.10.11 내 옆에 있는 사람
  4. 2019.10.11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5. 2019.10.11 미움받을 용기(본문 스크랩)
  6. 2019.10.11 데미안
  7. 2019.10.11 미움받을 용기
  8. 2019.10.11 살인자의 기억법
계획에는 없었던, 대체 어디서 부터 풀어야 할지 모를 엉킨 실타래 같던 입국심사줄.
입국 심사대 따윈 이 줄 끝의 어디쯤에 있는 건지,
칙칙한 벽에 왠지 힘 없이 걸려있는 벽시계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호텔에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까 지쳐있던 새벽 두시 반쯤..
미리 알아온 대로 내 일정에 맞는 7일 유심을 주문했지만 그녀가 맞게 이해했는지 조바심 나던 유심센터.
눈에 익숙한 몇가지 빼곤 무슨 맛일지 상상이 안가는 편의점 냉장고의 음료수들.
결국 마셔봤던 음료수를 사들고 시끄러운 단체 여행객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털래털래 택시 승강장을 향해 걷던 길.
요란하게 내 발꿈치를 뒤쫓는 캐리어 소리.
그리고 철지난 라디오 퀴즈 쇼를 하듯 대화하던 택시기사.
뭐가 있는지 껌껌한 창밖을 구경하는듯 틈틈히 미터기를 흘깃 거리던 나의 의뭉스러움.
 
이것들이 당신이 상상해온 여행 장면 사이에 일어날 일들이다.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당신의 계획에서 간과되었던 이런 사건들에 저항심이 일어난다면
당신의 여행은 아마 아주 특별한 몇몇 장면을 빼곤 그저 힘들고 짜증스럽기만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당신의 여행지를 그곳으로 결정하게 만들었던 그 사진의 덤불 숲은 행복감에 젖게 할 만큼 싱그러운 색이 아닌,
어느 시골 구석에 스러진 농기계 처럼 우울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색일 것이고,
마치 하나하나 조각해놓은 듯 아름다웠던 가지들도 볼썽사납게 엉켜있는 포장끈 같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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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책/독서록 2019. 10. 11. 15:28
2018.05.09
 
우리는 타인과 나를 구분하므로부터 불안을 얻는다.
 
대개의 문제는 ‘타인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떠한가’에 대함이다.
아니 단순히 하나의 객체로써 어떠한가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의 궁극적인 의미는 ‘타인의 눈에 비친 나는 내 옆 사람 보다 나은가?’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타인의 시선’과 ‘내 옆 사람에 비교했을 때의 나’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라도 꺼내어 두고 살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은 보통 삶과는 다른 고민으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바니타스(Vanitas)
뺨에 보조개가 파이는 아이에게 신발끈 묶는 법을 가르치는 어머니가 둘다 결국은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헛되다고 생각하는가? 천박과 세속적 영광의 상징들 가운데 죽음과 짧은 생명의 중요한 상징 두 가지가 놓여있다. 두개골과 모래시계가 어떻게 살아가야하고 살아가며 무엇에 주목하고 살아가야 할지 환기시켜 준다.
 
보헤미아
우리는 어떤 가치에 마취되어 있는가. 마치 그것이 신이 내린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의 상상력이 너무 조심스러워 대안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니체가 신을 죽였다. 그러나 신은 영속한다. 신을 따르면서 살 수도 있고, 신을 모른척 살 수도 있으며, 내가 나의 신이 되어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좋음으로 재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믿고자 하는 길을 걸으며 믿음을 잃지 말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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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0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야, 몇몇 이야기가 나의 계절과는 다른 누군가의 계절의 향기로 조용히 새어 나갔다.
#
한 번쯤은 코 끝이 알싸한 가을, 분분한 겨울을 떠나보냈듯 사람 저마다의 계절이 도착하고 계절이 떠나기도 한다.
뜨거웠고, 고독했고, 고고했지만 주변에서 어디론가 지워져 버린 계절처럼,
계절과 함께 살아온 것들 또한 남아있지 않고 다만 그것이 있었다 기억할 뿐이다.
우린 지나가기만 하는 다른 온도의 계절 안에서
언젠가 걷던 발걸음 위, 지금은 앙상해졌을 어느 가지 끝에 남겼던 감정들과 다른 모습으로 재회할 것이다.
낯설지 않겠지만, 예전만큼 기쁘진 않겠지만,
그전보다 슬플지도 모른다는 인생의 클리셰가 우리를 항상 계절이 변하지 않는 나라로의 여행을 소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
담장 너머가 시끄러운 봄이 오고 있다.
호두를 닮은 비를 쏟기도 하고, 뾰족한 바람 부는 날도 있어 가지 끝은 봄을 달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태연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안쓰럽지만 허면 또 대견하기도 하다.
아무리 센 바람이 불어온들 때가 되면 봄은 우리가 아는 봄으로 쏟아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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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5
 
1. 그날 우리의 만남은 몇 가지 조건의 확률을 따져보면 약 천분의 일 정도다. 그래도 우리는 만났다.
 
2. 어느 날 아침 시리얼을 사러 갔던 식료품점 계산대에 서서 나는 왜 다른 사람에게 만큼 너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것일까 내 신발을 내려다 본다.
 
3. 앞으로 우리의 낙원이 될 지도 모르는 스페인의 한 농장에 도착한 날 갑자기 네가 아팟다.
   네가 좋아하지 않으리란 걸 알지만 내가 데려온 의사는 이렇게 진단했다.
   [안헤도니아 : 행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갑작스러운 공포에서 생기는 것으로, 고산병과 아주 흡사하다.]
   스페인의 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사이에 흔한 병이라고 했다.
 
4. 네가 자주하던 말이 있다. “문제를 말하면 진짜로 문제가 생겨”
   문제를 언제 고백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심각도에 차이가 조금 생길뿐이지 음성의 파도가 어떤 문제를 춤추도록 시작하게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
 
5. 너와의 기억 겉봉투에 한 줄을 써넣고 어디쯤.. 넣어둔 위치를 잊어버리고 싶은 서랍에 넣을 차례이다.
   니체도, 홉스도 이럴 때를 위해서 선과 악을 명쾌히 구분해 두었지만 나는 그 위에 이렇게 쓴다. agaton aplox.
 
6. 네가 빗을 두었던 자리가, 네가 머리를 기대고 책을 읽던 소파가, 모든 곳에서 처음부터 끝까지의 크기로 나를 네가 없는 세계로 거세게 내동댕이친다.
#
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한 문장으로 완성되는 그럴듯한 이유를 댈 수 없기 때문에 ‘네가 좋아하는 주근깨가 없어져도 날 사랑할꺼야?’ 같은 불안한 질문을 한다.
철학적이던 실증주의적이던 100명이 300가지 이상의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한 단어(두 글자 혹은 네 글자)로 무성의하게 분류해 둔 듯하다.
#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당신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당신이기 때문에’ 라는 말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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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1 인정욕구의 해석
 
인정욕구에 사로잡힌 인간은 얼핏 타인을 보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자기 자신밖에 보지 않아.
‘나’ 이외에는관심이 없지. 즉 자기중심적이라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만 집착하는 삶이야말로 ‘나’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생활양식이라는 것을.
 
 
 #2 칭찬의 해석
 
즉 “장하다”, “잘했다”, “훌륭하다”라고 칭찬하는 것은 엄마가 아이를 자기보다 아래로 보고 무의식중에 상하관계를 만들려는 걸세.
방금 전에 자네가 말한 동물 훈련사례는 그야말로 ‘칭찬’의 배후에 있는 상하관계, 즉 수직관계를 보여주는 거지.
인간이 남을 칭찬할 때 그 목적은 ‘자기보다 능력이 뒤떨어지는 상대를 조종하기 위한 것’이라네.
거기에는 감사하는 마음도, 존경하는 마음도 없지.
 
 
 #3 평가, 존재함에 감사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볼 때 ‘자기만의 이상적인 모습’을 멋대로 지어내고, 그것을 기준으로 평가를 내린다네.
예를 들면 부모님 말에 일절 말대꾸를 하지 않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서 큰 회사에 취직한다.
그런ㅡ있을 수도 없는ㅡ이상적인 아이를 만들어놓고 자식과 비교하며 불평을 하고 불만을 갖지.
이상적인 모습을 100점으로 놓고 천천히 점수를 깎는다네. 이거야말로 ‘평가’라는 발상이지.
그러지 말고 아이를 누구와 비교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그저 거기에 있어주는 것을 기뻐하고 감사하면 되네.
이상적인 100점에서 감점하지 말고, 0점에서 출발하는 거지. 그러면 ‘존재’ 그 자체로 기뻐할 수 있을 걸세.
 
 
미움받을 용기 #4 여행, 목적, 과정
 
여행을 하는 목적이 뭐지? 예를 들어 자네가 이집트로 여행을 갔네.
그때 자네는 되도록 효율적으로, 되도록 빨리 쿠푸 왕의 거대 피라미드에 도착했다가 그대로 최단거리로 돌아올 텐가?
그런 건 여행이라 부를 수 없지. 집에서 나온 순간 그 자체가 이미 ‘여행’이네.
목적지를 향하는 과정을 포함하여 모든 순간이 ‘여행’이야.
물론 어떤 사정이 생겨 피라미드에 도착하지 못한다고 해도 ‘여행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네.
그것이 에네르게이아적 인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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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책/독서록 2019. 10. 11. 14:17
2017.12.13
 
아브락사스, 신, 신께서 밝은 세상만을 사랑하신다면 우리 주변에 실재하는 어두운 세계는 어떻게 존재 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의 실재 또한 신의 의도라면 신께서 이 세계를 창조하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신의 씨앗을 왜 남겨 두셨는가.
거기에서 양떼들은 또 어떤 자비를 해독하고 실천해야 하는가.
만약 그것이 스스로를 죄인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라면 그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
작은 거짓말로 시작 된 에밀 싱클레어의 유년기의 묘사는 문장 위를 달리는 나의 시선을 숨가쁘게 했다.
에밀이 스스로 헤어나지 못했던 절망의 늪에서 했던 앳된 절규, 절실한 구원과 종말의 문턱에 선 것 같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높은 곳에 달렸다고 해서 그 눈으로 고귀함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우리보다 어렸던 우리가 조금 더 진실에 가까운 세계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생일 케익 위에 촛불을 켜는 일이 무덤덤 해졌고, 눈물이 쏙 빠질 정도의 어머니의 꾸중이 그만큼 무서워지지 않았고,
누군가와의 사랑도 지금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
스쳐 지나온 감정들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괜찮지만, 감동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안타깝다.
#
한달음에 끝까지 올라 설 수 있었던 높이의 계단은 정상이 눈에 보일 만큼 낮아졌으며
역치의 층계 마다의 높이는 힘껏 뛰지 않으면 닿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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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책/독서록 2019. 10. 11. 14:16
2017.12.10
 
미움받을, 자유로워질 용기
지금까지 한 방향으로 선명하게 찍어 왔던 삶의 발자국을 지우고 지금 이 자리에서 자유롭게 춤추 듯 살아가는 방법
#
목적론으로 시작한 아들러의 심리학은 이성과 경제적 논리 위에 세워진 상식을 정확히 반대로 뒤집는 일종의 감성적인 삶의 예찬이다.
똑같이 반대로 말하면 이 행복으로 가는 길로 빠져들려 할 때마다 이성이란놈이(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 마치 물에 빠지는 사람을 본 것 마냥 내 뒷덜미를 황급히 잡아 챈다.
우리에겐 행복으로 가는 방법을 따를 용기가 아니라 준비가 필요 할 지도 모른다.
#
이 책은 틀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 순간에 완벽해 질 것을 주문한다.
무릇 주장이라면 그래야 하겠지만 과학으로 대표되는 이성 아닌 영역에서 이렇게 관용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새롭다.
변화의 노력에는 가치를 두지 않고 오직 완성 된 것에만 행복이라는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이 냉혹하다.
#
책은 목적론이나 인정욕구의 해석, 칭찬의 목적 등을 스스로 antithesis 안티테제라고 설명한다.
보통은 이해되거나 수용되지 않는 이 것들의 대해 인지하고 그 생각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일부는 나의 생각과 같아서 놀랐다.
사실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시간을 이성으로만 혹은 감성으로만 살 수 없기에 매 순간 맞닥뜨리는 문제마다 가지고 있던 수많은 저울 중 하나를 꺼내 든다.
그 것 중 몇 개쯤이야 같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어떤 저울이 더 나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저울을 타인과 비슷하게 맞춰가야 할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저울 중 몇가지는 앞으로 탄생할 Synthese 진테제와 부합할 지도 모른다.
#
책의 후반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여행의 목적은 그 곳에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집을 나서는 순간 부터가 여행이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여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 해 봤다면, 이미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행복은 목적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고민의 출발부터 우리는 행복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해본다.
그것이 와 닿지 않는 이유는 아직 그 여행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여행이 끝나면, 그간의 피로와 함께 많은 순간과 감정을 추억하며, 더 멋진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많이 표시(나중에 다시 들춰 보기 위해)를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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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1
 
다른 글에서 보았으면 너무나 무의미하게 멀어 보였을 책장 위의 물리적인 공백이 의식의 단절로, 시간의 가속으로,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는 장치로 느껴졌다.
비어있음으로 꽉 찬 공백 또한 어떤 의미로 들어온다는 것은 설레이는 체험이었다.
 
어쩌면 그 뒤로 흐릿하게 비쳐 보이는 건너 페이지의 음영이 기억과 생각의 흐릿함으로 무의식 중에 심상화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전적으로 시간은 망각과 연결짓는다. 그것은 누적된 시간과 과거의 망각을 의미할 것이다.
마치 놓아둔 사진 위에 쌓이는 먼지처럼, 오래된 기억일 수록 수북이 먼지가 앉아 잿빛으로 흐릿하듯.
책에서는 한가지의 현실을 더한다.
오래된 시간일 수록 새로운 시간을 거부한다.
 
초로의 주인공은 알츠하이머가 가져올 완전한 망각이라는 미래에 대해 초연하고,
목전의 위기 극복에 집중하는 참으로 담담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과거와 미래의 상실 후 현재의 나까지 없어져버린다는 사실에 그렇게 무신경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어쩌면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 전부터 그는 격렬한 투견처럼 살아오고 있었던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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