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0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야, 몇몇 이야기가 나의 계절과는 다른 누군가의 계절의 향기로 조용히 새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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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코 끝이 알싸한 가을, 분분한 겨울을 떠나보냈듯 사람 저마다의 계절이 도착하고 계절이 떠나기도 한다.
뜨거웠고, 고독했고, 고고했지만 주변에서 어디론가 지워져 버린 계절처럼,
계절과 함께 살아온 것들 또한 남아있지 않고 다만 그것이 있었다 기억할 뿐이다.
우린 지나가기만 하는 다른 온도의 계절 안에서
언젠가 걷던 발걸음 위, 지금은 앙상해졌을 어느 가지 끝에 남겼던 감정들과 다른 모습으로 재회할 것이다.
낯설지 않겠지만, 예전만큼 기쁘진 않겠지만,
그전보다 슬플지도 모른다는 인생의 클리셰가 우리를 항상 계절이 변하지 않는 나라로의 여행을 소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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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가 시끄러운 봄이 오고 있다.
호두를 닮은 비를 쏟기도 하고, 뾰족한 바람 부는 날도 있어 가지 끝은 봄을 달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태연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안쓰럽지만 허면 또 대견하기도 하다.
아무리 센 바람이 불어온들 때가 되면 봄은 우리가 아는 봄으로 쏟아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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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alking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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