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20.05.11 여행의 기술 (The Art Of Travel)
  2. 2019.10.11 '여행의 기술' 처럼 써보기
  3. 2019.10.11 불안
  4. 2019.10.11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2020.01.04

원문 또는 원문과 감상

[출발1 – 기대에 대하여]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기대감은 영화의 포스터 같은 것이다.』
상상했던 것들은 극히 순간적인 장면에 불과하다. 우리의 기대가 한 장면의 포스터라면 떠나서 되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은 영화가 된다. 어떤 여행자는 잡지의 한 페이지에 유혹되어 표를 끊고 영화 내내 상영되는 지루하고 짜증 나는 장면들에 질려 그 장면에 닿기도 전에 영화관을 빠져나올지도 모른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여행을 떠나면 내가 상상한 대로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 말에 놀라기 전에 그동안 내가 무엇을 상상했는지 먼저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예술적인 이야기들은 현실이 우리에게 강제하는 것들을 뭉텅 생략해버린다.

[출발2 –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비행기에서 구름을 보면 고요가 찾아든다. 저 밑에는 적과 동료가 있고, 우리의 공포나 비애가 얽힌 곳들이 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지금은 아주 작다. 땅 위의 긁힌 자국들에 불과하다. 물론 이 오래된 원근법의 교훈은 전부터 잘 알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가운 비행기 창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있을 때만큼 이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가 타고 있는 것은 심오한 철학의 스승이며, 보들레르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는 제자이다.』

[동기2 – 호기심에 대하여]
『나는 탐험가가 될 것인가, 순례자가 될 것인가』
별 1짜리 광장, 별 3개짜리 수도원, 별 3개짜리 식사. 이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여행자는 뭔가 잘 못 된 것이 틀림없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사실들을 발견한 탐험가들은 그런 행동(온도를 측정하고, 공원의 길이와 너비 등을 재어 기록하는 등의)을 통해서 의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해 놓았다. 세월이 흐르며 이런 구별이 굳어져 어느 곳의 무언가들은 이미 가치가 확정되어 버렸다.

[풍경1 –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그 장면에 내 기억 속에 박힐 줄은 몰랐다. 교통체증 속에서 수많은 걱정과 관심사들을 뚫고 근심의 소용돌이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었을 때 깨달았다.』
시간의 점(spot). 수십 년 뒤에도 내 안에 살아남아 기억 속에서 그곳을 불러낼 때 영혼은 힘을 얻는다. 그 장면들은 우리와 함께 평생 지속되며, 우리의 의식을 찾아오는 어떤 순간마다 현재의 어려움에 반대되는 그 모습에서 해방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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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2 – 숭고함에 대하여]
『무엇을 숭고하다 그러는가. 그것의 정의를 정확하게 읊을 순 없겠지만 그 단어로 마주치는 감정은 비슷할 것이다.』
우리의 이해나 표현력은 너무도 빈약하며 언어는 더욱 빈곤하기에, 숭고함이란 것은 잠깐 내렸다 사라지는 눈처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개인에게 존재했던 경험으로 밖에 남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러한 장면은 우리의 이해를 넘어가는 것이라 그저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숭고한 장소들은 비논리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그 자체로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일어나선 안될법한 비극을 바라보면서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예술1 – 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오스카 와일드는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에 런던에는 안개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
마찬가지로 반 고흐가 사이프러스를 그리기 전에 프로방스에는 사이프러스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예술2 –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그림이나 사진, 말과 글로도 아름다움을 소유하기엔 부족하다. 심지어 더 잘 그리고, 더 잘 쓰고, 더 잘 묘사한다고 해도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 아름다움을 보는 방법을 배우고 모든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잘 보려 하는 것이다.』
존 러스킨은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한 결론 다섯 가지 중 네 번째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넷째,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심리적이고, 시각적인) 요인들을 의식하는 것이다.

[귀환 – 습관에 대하여]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팡세」단장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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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alking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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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는 없었던, 대체 어디서 부터 풀어야 할지 모를 엉킨 실타래 같던 입국심사줄.
입국 심사대 따윈 이 줄 끝의 어디쯤에 있는 건지,
칙칙한 벽에 왠지 힘 없이 걸려있는 벽시계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호텔에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까 지쳐있던 새벽 두시 반쯤..
미리 알아온 대로 내 일정에 맞는 7일 유심을 주문했지만 그녀가 맞게 이해했는지 조바심 나던 유심센터.
눈에 익숙한 몇가지 빼곤 무슨 맛일지 상상이 안가는 편의점 냉장고의 음료수들.
결국 마셔봤던 음료수를 사들고 시끄러운 단체 여행객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털래털래 택시 승강장을 향해 걷던 길.
요란하게 내 발꿈치를 뒤쫓는 캐리어 소리.
그리고 철지난 라디오 퀴즈 쇼를 하듯 대화하던 택시기사.
뭐가 있는지 껌껌한 창밖을 구경하는듯 틈틈히 미터기를 흘깃 거리던 나의 의뭉스러움.
 
이것들이 당신이 상상해온 여행 장면 사이에 일어날 일들이다.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당신의 계획에서 간과되었던 이런 사건들에 저항심이 일어난다면
당신의 여행은 아마 아주 특별한 몇몇 장면을 빼곤 그저 힘들고 짜증스럽기만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당신의 여행지를 그곳으로 결정하게 만들었던 그 사진의 덤불 숲은 행복감에 젖게 할 만큼 싱그러운 색이 아닌,
어느 시골 구석에 스러진 농기계 처럼 우울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색일 것이고,
마치 하나하나 조각해놓은 듯 아름다웠던 가지들도 볼썽사납게 엉켜있는 포장끈 같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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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책/독서록 2019. 10. 11. 15:28
2018.05.09
 
우리는 타인과 나를 구분하므로부터 불안을 얻는다.
 
대개의 문제는 ‘타인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떠한가’에 대함이다.
아니 단순히 하나의 객체로써 어떠한가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의 궁극적인 의미는 ‘타인의 눈에 비친 나는 내 옆 사람 보다 나은가?’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타인의 시선’과 ‘내 옆 사람에 비교했을 때의 나’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라도 꺼내어 두고 살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은 보통 삶과는 다른 고민으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바니타스(Vanitas)
뺨에 보조개가 파이는 아이에게 신발끈 묶는 법을 가르치는 어머니가 둘다 결국은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헛되다고 생각하는가? 천박과 세속적 영광의 상징들 가운데 죽음과 짧은 생명의 중요한 상징 두 가지가 놓여있다. 두개골과 모래시계가 어떻게 살아가야하고 살아가며 무엇에 주목하고 살아가야 할지 환기시켜 준다.
 
보헤미아
우리는 어떤 가치에 마취되어 있는가. 마치 그것이 신이 내린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의 상상력이 너무 조심스러워 대안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니체가 신을 죽였다. 그러나 신은 영속한다. 신을 따르면서 살 수도 있고, 신을 모른척 살 수도 있으며, 내가 나의 신이 되어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좋음으로 재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믿고자 하는 길을 걸으며 믿음을 잃지 말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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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5
 
1. 그날 우리의 만남은 몇 가지 조건의 확률을 따져보면 약 천분의 일 정도다. 그래도 우리는 만났다.
 
2. 어느 날 아침 시리얼을 사러 갔던 식료품점 계산대에 서서 나는 왜 다른 사람에게 만큼 너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것일까 내 신발을 내려다 본다.
 
3. 앞으로 우리의 낙원이 될 지도 모르는 스페인의 한 농장에 도착한 날 갑자기 네가 아팟다.
   네가 좋아하지 않으리란 걸 알지만 내가 데려온 의사는 이렇게 진단했다.
   [안헤도니아 : 행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갑작스러운 공포에서 생기는 것으로, 고산병과 아주 흡사하다.]
   스페인의 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사이에 흔한 병이라고 했다.
 
4. 네가 자주하던 말이 있다. “문제를 말하면 진짜로 문제가 생겨”
   문제를 언제 고백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심각도에 차이가 조금 생길뿐이지 음성의 파도가 어떤 문제를 춤추도록 시작하게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
 
5. 너와의 기억 겉봉투에 한 줄을 써넣고 어디쯤.. 넣어둔 위치를 잊어버리고 싶은 서랍에 넣을 차례이다.
   니체도, 홉스도 이럴 때를 위해서 선과 악을 명쾌히 구분해 두었지만 나는 그 위에 이렇게 쓴다. agaton aplox.
 
6. 네가 빗을 두었던 자리가, 네가 머리를 기대고 책을 읽던 소파가, 모든 곳에서 처음부터 끝까지의 크기로 나를 네가 없는 세계로 거세게 내동댕이친다.
#
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한 문장으로 완성되는 그럴듯한 이유를 댈 수 없기 때문에 ‘네가 좋아하는 주근깨가 없어져도 날 사랑할꺼야?’ 같은 불안한 질문을 한다.
철학적이던 실증주의적이던 100명이 300가지 이상의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한 단어(두 글자 혹은 네 글자)로 무성의하게 분류해 둔 듯하다.
#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당신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당신이기 때문에’ 라는 말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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