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독서록 2019. 10. 11. 15:31
2018.11.26
 
어렴풋이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떠올랐다.
그 뒷덜미에 번득이는 느낌은 아니지만 어슴푸레한 광기의 그림자가 어느 한 켠에 눌어 있는 듯 했다.
 
[잠들지 않음으로써 육체에 생기가 돌았다. 
 마지막으로 잠들었던 시간과 멀어질수록 젊고 아름다워졌다.
 무심코 지켜본 잠든 남편의 모습은 섬뜩하리만치 어리숙해 보이고 추해 보였다.
 모두가 죽음으로 빠져드는 시간 사이에서 혼자 깨어있는 낯선 두려움은 까맣게 잊었다.
 그녀의 내면은 고요한 하늘을 유영하며 혼자의 고고함을 한껏 발산하려는 새와 같았다.
 그러다 그 새는 무심코 어떤 두 그림자 사이에 내려 앉았다.]
 
그녀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던 두 그림자의 이름은 “깨어있는 시간”과 “잠들어 있는 시간”이라 짐작해본다.
어떠한 표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 두 그림자이지만 그녀에게는 똑같은 죽음의 위협으로 느껴졌으리라.
 
- 깨어 있는 시간. 나는 소설의 흐름에서 깨어있는 시간을 생의 소모라는 관점에서 바라봤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심지를 붙잡고 있는 듯, 그녀는 계속해서 잠들지 않고 깨어있음으로
  남은 페이지의 두께 보다 빨리, 예기치 않은 죽음을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시간. 잠드는 시간은 깨어 있는 시간의 종말이다.
 다시 눈뜬다는 보장이 없는 잠은 죽음의 시작과 같다.
 혹은 다시 깨어나더라도, 그 사이의 의식의 단절에 의해 잠에서 깨어난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닐 것이라는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삶이지만 현재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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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alking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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