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문학

책/독서록 2019. 10. 11. 14:14
2017.10.16
 
미술을 곁에 두는건 즐겁다.
내 인생에 미술이란건 아마 팔꿈치 언저리에 묻은 물감 처럼 느끼지 못했던 일상이었던 것 같다.
내가 팔꿈치에서 발견한 그 낯선 원색으로부터 점점 물들어가기 시작한건
2013년 어느 우연한 날, 홍대에서 부터 일 것이다.
 
미술은 신화와 종교, 인물과 자연 같이 작가와 대중 서로가 아는 무엇 또는 설명 가능한 것 위에 각자의 이상을 선과 색으로 덧칠하여 표현해왔다.
요컨데 그 모양과 색채는 처음 보는 것이언정 그 작품 공간 안에는 대상이 있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마주하고 있는 일부 미술에 대하여, 내가 깨달은 순간을 찾아 공감해보라는 식으로 던지는 미술은 비싼 똥이라고 생각한다.
 
카지미르 말레비치는 검은사각형과 함께 자신의 그림에 대해 '그 어떤 표현도 불가능하다'고 남겼고,
후일 그 이상의 절대성을 의미하는 미술은 더 이상 미술이 아니라는 괴리에 빠져 과거의 화풍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100년의 시간은 검은 사각형 위에 원래 그러한 듯한 균열을 만들었고, 흰바탕 위의 흰사각형은 궁극에서 조금 멀어졌을까.
지금도 검은사각형 앞에서 수만명의 사람이 수만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화가의 의도와 공유 된 부분은 그 중 얼마나 될까.
현대 추상 미술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아니나, 미술은 계몽과 깨달음의 영역인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흰 캔버스 위에 무슨 의미랍시고 칠해둔 몇겹의 사각형 앞에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화장실에 앉아서 바닥의 타일이나 벽의 얼룩을 감상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원근법, 해부학, 유화, 명암, 알라 프리마, 색채 이론(보색 병치), 현대성, 표현, 추상, 착상)
 
그림을 즐기는 건 좋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느리게라도 가까워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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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alking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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