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 copy'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10.11 몇 년간의 독서에 대하여
2019.02.21
 
흥미에 따라 독서를 한 과정을 잠시 돌이켜보면
미술에서 시작해 미술의 역사와 교차되어온 종교, 과학, 철학의 단편들을 건너왔고,
그 책장들 사이로부터 나에게 종교는 무엇인가 하는 흐릿한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내가 아직 그 판단에 착수하지 않은 것은
‘그래도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증거가 있지 않을까?’하는 가능성과
무엇도 진리로 결정 내리고 싶지 않은(가능성으로 남겨두고 싶은) 양자론적(?) 귀찮음과 호기심 때문이다.
 
저 물음표 매달고 다니게 되었던 계기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어떤 사건 때문이다.
그 사건이라는 것은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가와 강력한 충격으로 나의 가치관을 뒤흔들었다.
그것은 ‘좋음’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대화에서 출발한다.
지금의 우리가 ‘좋음’의 미덕으로 여기는 ‘인내, 헌신, 희생’과 같은 것들은
과거 중세 시대의 피지배계급에서 확산된 또는 주입된 가치라는 것이다.
시쳇말로 정신승리다.
권력, 부(富),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행동 같은 것은 당시 노예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
인내와 헌신, 희생을 좋은 것이며 도덕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사후의 안녕을 위해 좋은 것을 행하고 살아야 한다는 십자가의 그늘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속에서 귀족들은 비도덕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비하한다.
그렇지만 사실 그들이 ‘좋음’으로 규정하는 것들만 가지고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과거의 ‘좋음’의 덕목들이 현대의 경쟁 사회에서도 여전히 ‘좋음’으로 권장될 수 있을까?
 
위와 같은 가치관의 전복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사실(진실, 진리)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현상은 해석으로써 사실이 되고, 사실은 시간과 장소,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때문에 내가 아는 사실들은 불안정하다.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지만,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라는 결론과 함께 허무주의(니힐리즘)가 파고들었다.
완벽주의의 역설이다. 이때 메모한 것이 ‘나라는 종교를 가져보자’(16.11.24)이다.
 
[우리가 믿고 따르던 모든 질서와 가치는 근거가 없다. 따라서 ‘허무’하다.]
 
어제 책에서 읽은 문장이다. 이 말만 두고 보면 허무주의는 무기력하다.
하지만 그 뒤에 니체가 담은 긍정의 메시지가 나의 생각과 닮아 있었다.
 
[세상은 허무하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어떻게 살라고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정답이 없다면 나는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다.]
 
이 문장을 보고, 그 어느 날 카페에서 썼던 메모가 문득 다시 떠올랐다.
세상엔 어떤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이미 위에서 보았듯 종교에서 제시하는 좋은, 행복한 삶의 모습 또한 그러하다.
‘나라는 종교를 가져보자’.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의 양심과 행복을 따라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림 #Nietzsche #Munch_copy #brooklyninstituteforsocialresearch
 
 
 

' > 독서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심  (0) 2019.10.11
'여행의 기술' 처럼 써보기  (0) 2019.10.11
미움받을 용기(본문 스크랩)  (0) 2019.10.11
무소유  (0) 2019.10.11
Posted by walkingca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