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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책/독서록 2019. 10. 11. 15:37
2019.05.21
 
과거에 인류가 이동했다.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숲에서 들판으로, 육지에서 바다로,
자연을 피해, 먹을 것을 찾아, 새로운 땅을 찾아.
 
생존경쟁에 딱히 뛰어날 것 없는 동물이었다.
그런데 인간은 생각했다. 공통의 목적에 대해 똑같이 상상할 수 있었고,
그 결과의 일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믿었기 때문에 협동을 통해 개인의 능력보다 점점 더 많은 것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이를 통해 사피엔스라는 종(種)은 단순히 생물학적 진화를 거쳐온 다른 종과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제 인류는 국가와 경제, 종교와 질서, 기술과 잉여 식량을 갖게 되었다.
인류는 또 이동을 시작한다.
종교적 신념을 전파하기 위해, 더 쓸모 있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이전과 이동하는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과거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 방향으로 이동했다면 이번엔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 피가 흘렀다.
 
그리고 역사와 발길이 닿았던 방향으로 이동하는 시대가 끝이 났다.
지구는 둥글었고, 우리는 현실 위에 집단적 상상으로 쌓아 올린 사회에 정착했다.
이제 인류의 고민 방향은 좌우에서 상하로 바뀌었다.
지구를 탈출할 수 있는 속도를 계산하여 우주를 향해 날고,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영역인 해저의 지도를 그리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대중의 시선은 살짝 턱을 들어 올려야만 그려지는 곳을 향해 있다.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바로 내가 조금 더 부유하게 사는 방향이다. 집단적으로 이 방향으로 움직이려 했던 과거가 몇 번인가 있었지만
그들은 결과적으로 좀 더 촘촘한 층계를 얻었다는 것뿐이지 이동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에게 남은 이동 방향이 나침반의 지침과 상관 없어지게 되면서 우리는 각자의 층계를 마련했다.
물론 대부분은 부(富)의 층계 위에서 땀 흘리고 있을 것이지만, 누군가는 아직 어떤 층계를 오를 것인지 고민 중일 것이다.
또는 몇 개의 계단을 올라보니 다른 계단이 궁금해지기도 할 것이다.
이제 위를 향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지만 자신이 오른 층계의 높이가 행복의 크기와는 관계가 없음을 이해하고 떠나길 바란다.
층계 어디쯤에서 가끔은 인간으로부터 소외된 것을 생각해 주기를.
우리가 어디에 있든 과거의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던 때의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는 존재임을 때때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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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alking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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