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5
 
샛바람마저 다홍빛으로 녹슬어가는 늦여름 풍경 속에서
나는 한 쪽 무릎을 끌어안은 채
이따금 귓가를 스치는 이 바람은 말고 모든 것들이 멈추기를 바라고 있다.
시간도 사라졌다 흐르기를 반복하는 그 순간에
한숨 푸른 담배 연기에 떠나 버린 사람들에 대한 위로를 담아 전한다
 
[우리는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은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감각은 대개 익숙한 곳에서 마주하게 된다.
유일하게 매일 나를 기다려주는 나의 집 문고리가 어쩐지 차갑게 느껴지던 날이라거나,
아무 날 아무 시에 대면하게 된 어떤 돌멩이와 나의 존재를 치환해보는 순간에,
규칙적으로 흐르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교차로에서 우두커니 건너편 신호를 바라보는 그때,
나는 뺑소니 사고를 당한다.
그 공허와 맞닿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니, 극히 순간적이다.
그 목격자 없는 사고로 인해 나의 질량이 어딘가 부족해졌다는 것은 늘 과거형으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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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alking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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