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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에티켓

책/독서록 2019. 10. 11. 16:09
2019.10.08
 
죽음은 그냥 사건일 뿐이다.
어떤 죽음에는 고귀함, 비천함, 필연적 또는 비극적 의미가 붙지도 하지만 모든 죽음에 그런 의미가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것, 저녁에 해가 지는 것처럼 그냥 시간과 같이 흘러 사라져 버리는 것의 한 부분일 뿐이다.
다만 어느 순간이 되면 내가 시간의 변화를 느끼는 존재에서 시간에 포함되어 사라지는 것으로 바뀌는 것 일뿐.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보다 서너 세대(世代) 이전 사람들이라면 면식은 있으나 낯선 손님으로,
현대의 사람들이라면 얼굴을 모르는 친구를 만나는 느낌으로 그리지 않을까.
짧은 시기 동안 죽음의 장소는 집에서 병원으로 변화했다.
그럼으로써 죽음의 인식 또한 주변에서 분리되었다.
현대 사회는 죽음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다루어 우리가 평소에 죽음을 떠올리지 않고 살 수 있게 만들었다.
 
책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작가는 독일 사회에서 죽음과 장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개하고 있다.
책의 서술만 놓고 보자면 집을 나서서 여행지까지 가는 방법을 일기처럼 소개하는 느낌이다.
문체는 가볍지만 죽음으로 한 걸음 가고, 주변으로부터 한 걸음 멀어지는 매 과정이 갖는 의미는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시신이 되었을 때 좋은 대우를 받고 싶다면, 장례업체를 직접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빨리요, 죽기 훨씬 이전에요.]
라는 블랙 코미디 같은 부분이 있는가 하면
 
[(시신에) 옷을 입히면서 셔츠에 단추를 잠그지 않거나 넥타이를 조금 잘 못 매 놓습니다.
 의도된 실수죠. 그렇게 유족들이 직접 시신을 만지게 유도해 놓은 겁니다.
 관 안에 든 자식을 잘 만져 주려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함입니다.
 아이의 손이나 뺨을 다시 한 번 만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처럼 마음의 깊이를 헤아리게 만드는 대목은 꽤 인상적이다.
 
나는 죽음이 두려운 건지, 죽는 순간 겪게 될 고통이 두려운 건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거기에 존재하는 어떤 두려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무지와 미지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나는 탐구함으로써 담담해지리라 생각한다.
언제 보더라도 낯설겠지만 삶에 대한 태도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이웃 정도로 알고 지내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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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alking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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